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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기를 빙자한 연애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스타트업>-2

드라마영화예능

by 말복이 2021. 1. 21.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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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은 충분히 할만큼 했다. (작가만 반성하면 된다.)

 

 말했다시피 분명 극의 초반부까지는 괜찮았다. 아니, 훌륭했다. 도산, 지평의 애국가 씬이나 이과충 도산의 깨알 개그씬들처럼 철저히 웃기기 위한 에피소드들도 난 무척 좋았다. 주연들을 둘러싼 조연 캐릭터들까지 모두 톡톡 튀면서도 조화롭게 버무려졌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도산이를 센스없고 꽉 막힌 전형적인 공대너드를 넘어서 아예 저능아 바보로 만들어 놓은 게 문제다. 드라마적 허용이라 치더라도 이건 뭐 아예 정도가 지나치게 남주를 덜떨어진 캐릭터로 부각시키니 시청자들 중 누군가는 이걸 재밌다고 볼 수도, 누군가는 개유치하다고 볼 수도 있다. 확실한 건 이 작가의 대본 자체가 남주 입덕에 있어 크나큰 진입장벽이라는 것이다.

 나는 남주혁의 팬이었?다. 잠깐이지만 라이트팬보다는 덕후에 가까웠다. 어쩌다 뒤늦게 <눈이 부시게>를 드문드문 보다가 이때 스며들었다. 바쁜 와중에도 열심히 서치해가며 지난 몇년치 떡밥 연어질하면서 나름대로 꽤 깊게 팠다. 지난 예능 출연작들과 <역도요정 김복주>도 봤다. <후아유>와 <보보경심 려>는 도저히 취향이 아니라 간잽질하다가 말았다. <눈이 부시게>가 가장 좋았고 <역도요정 김복주>도 덕심으로 재밌게 봤다. 안타깝게도 당시 바빴던 터라 넷플 틀어놓고 일하면서 드문드문 봤지만 그래도 <눈이 부시게>는 워낙 몰입도 높은 드라마라 거의 놓치는 장면 없이 90% 정도는 정주행한 것 같다. 좋은 작품이다. 어쨌든 그 이후로 유튜브에 있는 남주혁 클립영상까지 모조리 다 봤다.

 헌데 이 드라마에서는 배우 남주혁도... 캐릭터 남도산도 공중파 드라마 남주로서는 턱없이, 얼척없이 부족했다... 분명 남주혁은 전작에서 대선배들 사이에서 조화롭고도 깊이 있는 호연을 보여주었고, 설령 연기가 덜 되더라도 남주혁은 그저 와꾸 하나로 로맨스물 남주로서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살이 빠진건지 턱이 계속 자라는건지 불과 얼마 안 된 <눈이 부시게>의 준영과도 사뭇 달라보인다. 남주혁 인물이 못났다던가 이런 게 드라마의 패인이라던가 하는 얘기는 절대 아니다. 이 드라마는 생각보다 문제가 복잡하다. 막눈이 봐도 배우들 감정선이나 연기력조차 묘하게 왔다갔다 한다. 이게 보이는 순간 작품의 설득력이 희박해진다. 물론! 대본이 그 모양이니 당연히 배우도 몰입을 유지하기 힘들었겠지... 연기하는 당사자도 납득이 안되는데 시청자들을 어떻게 납득시키냐 이 말이야.

남주혁은 머리가 좀 길어야 확실히 더 잘생겼다. 극중 도산이가 가장 잘생겨보여야 하는 장면들에서만큼은 제발... (물론 잘생겼지만) 짧은 투블럭같은건 남주혁한테 베스트가 아니야

 남주혁은 머리가 좀 길어야 확실히 더 잘생겼다. 극중 도산이가 가장 잘생겨보여야 하는 장면들에서만큼은 제발... (물론 잘생겼지만) ... 짧은 투블럭같은건 남주혁한테 베스트가 아니야

개인적으로 초반부 대부분의 에피들은 다 재밌게 봤지만, 갈수록 '이게 웃긴가?', '굳이 이걸 넣어야 했나?' 싶은 의아한 순간이 많아진다. 개인적으로는 뜨개질 동아리에 들어온 여자들을 도산이가 쫓아내는 에피소드라던지... 사실 이때부터도 대본, 연출에서 이미 실패의 조짐이 보였다. 작가의 빻은 개그센스, 캐릭터설정, 관계성설정, 대사, 그리고 아쉬움이 남는 연출 등등이 모이고 모여서 결과적으로 작감이 가장 멋있고 빛나야 할 남주인공 도산이를 돌이킬 수 없을 만치... 정말이지 도가 지나치게 ㅄ캐릭터로 만들어버리고 만 것이다.

 물론 사바사이므로 사람에 따라 누군가는 그런 설정, 에피를 보며 재밌어 할 수도 있고, 또 누군가는 항마력딸리고 유치해서 차마 도저히 못 보겠다 할수도 있다. 또 개찐따 너드의 눈빛이나 말투를 잘 고증한 대본과 연기라고 평가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다. 어쩌면 또 누군가는 억수로 찌질한 도산이 캐릭터조차도 귀엽고 섹시하다고 느끼며 입덕할 지도 모른다. 현실 공대생들의 심볼인 체크남방이며 혈액형신화에 광분하는 모먼트며 지들끼리만 아는 수과학 얘기하면서 지들끼리만 좋아하는 모습이며... 그래 뭐 여기까진 평범한 공대생의 전형이다. 맥락 파악 못하고 행간의미 좆도 이해못하는 현실에 존재할만한 공대너드들 보다는 남주혁이 백만배 잘생긴 건 사실이니까.

 어쨌든 응팔 어남택보다도 더 망한 플롯임은 틀림없다. 작감의 무리수와 개그 과욕이 남주를 그냥 적당히 귀여울 선에서 어수룩하고 찌질한 캐릭터가 아닌, 보는 사람 가슴이 미어지도록 슬프고 답답한 바보천치 무매력 무능캐로 만들어놨으니. 절대 남주에 빠지지 말라고, 섭남만 흥하라고 판 깔아준거다 이건. 드라마 제작에 관여하는 높으신 누군가가 남주혁한테 악감정있는 김선호 악개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적어도 이 드라마보다는 이 가설이 더 개연성 있다.

 남주혁을 탓하는 건 아니다. 이 망한 대본에도 불구하고 남주혁의 남도산 캐릭터는 그 나름대로 최선이었다고 본다. 일단 남주혁은 아무리 살이 빠지고 역변했다해도 그럼에도 여전히 마스크가 풋풋한 느낌이 남아있다. 그냥 남주혁에겐 묘하게 애새끼같은 얼굴이 있다. 그래서 도산이가 용서되는거다. 아무리 도산이가 하는 짓이 발암적으로 가슴 답답하고 속이 터져도 시청자 입장에선 아직 어리니까, 앞으로 어른이 되어갈 도산의 성장에 대한 희망과 기대를 품고 참고 기다려줄 수가 있는 것이다. 남주가 만약에 소년미 1도 없는 삭아빠진 노안 배우였더라면 도산이를 지켜보며 안타까워할것도 없이 그냥 참지 않고 채널을 돌려버리거나 화면을 꺼버렸을 것이다. 드라마가 맘에 존나 안들어도 참고 보는 이유는 배우 본체의 매력에 있다.

사실상 모든 면에서 남주보다 더 잘나고 매력적이고 판타지를 충족시켜주는 서브남. 여주와의 얼굴합 말고 뒤지는 게 하나도 없다...

 

 모두가 인정할 이 망드의 원탑 수혜자는 김선호다. 김선호가 참 잘했고 한지평이 너무 잘해버렸다. 능력과 지력과 재력과 매력과 서사와 심지어 인간미마저도 다 가진 서브남이라니. 이보다 더 몰빵일 순 없다. 작가는 무슨 생각으로 서브남에서 모든 것을 준 것일까. 충분히 민심을 예상했을텐데... 시청률은 망이지만 다른 의미로 화제성이 갑이었던 이 망드의 진짜 위너. 원래도 연극계의 아이돌이었다는데 뭐 어차피 지금도 이미 알 사람 다 알만큼 충분히 떠버려서 앞으로 돈길만 걸을 미래가 확정이지만 그래도 작품선택 더 신중하게 잘해서 이후로도 드라마, 영화계에 기여하는 좋은 커리어 이어나가길 바란다. 로맨스도 좋고 그보다 더더욱 다양한 장르의 연기가 보고싶다. 이 배우의 앞날이 진실로 궁금하다.

어느 지점부터... 그냥 가볍게 보기 괜찮은 드라마라고 하기에도... 뭐랄까 영 엉성하고 볼맛이 안났다.

 

 허술한 드라마라 시청률도 별로인데 (방구석 드덕들끼리만 화제되고 결국 덕후들 과몰입으로 쌈난 슬픈 전설의 드라마...) 이 골치아픈 세상에 이딴 드라마도 있구나 하면서 아주 맘 가벼이 편하게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니 추천한다. 망한 플롯이고 연출도 ㅂㄹ지만 그 와중에도 배우들은 다들 하나같이 통통 튀고 매력있다. 나도 처음엔 남주혁 수지 보려고 시작했다.

 묘하게 정식 드라마 느낌이 안나고 웹드같기도 만화같기도 하다. 그러니까 볼거면 별 생각도 걱정도 없이 상큼하게 보길 바란다. 해석을 요하거나 의미를 부여할만한 것도 없고 애초에 작품성을 논할 껀덕지도 없다... 그저 퇴근 후 누워서 무거운 마음 내려놓고 머리 비우고 보기에 딱 걸맞는 드라마다. '풋풋, 상큼, 발랄' 삼각관계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니 킬링타임용으로는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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