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안봤다고? 일단 정주행 시작하자. 절대 후회안함.
후회하는 사람은 와서 날 때려.
이 드라마의 단점은 나같은 감성충은 회마다 한번씩은 통곡하게 되니 웬만하면 집구석에서 혼자 봐야한다는 점. 그렇다고 대놓고 슬픈 드라마는 아니다. 다만 조근조근 사근사근 끊임없이 화두를 던진다. 그 와중에 또 어찌나 웃기고 귀엽고 풋풋한지 배우들 하나하나 보는 맛이 난다.
우선 한지민은 모두에게 호감인 배우일거라 생각한다. 연기 좋고 인상 좋고 한결같이 이미지 좋은 배우다. 박유천 ㄱㅅㄲ때문에 다시 볼 수 없게 되어버린 오래전 드라마 <옥탑방 왕세자>의 여주 한지민은 사랑스러운 매력에 깊은 내면연기로 오래도록 나의 뇌리에 남았다. <눈이 부시게>의 '혜자' 캐릭터 역시 한지민에게 마치 물려받은것처럼, 꼭 맞는 옷처럼 잘 어울린다. 헌데 여주 보려고 시작한 드라마에서 나는 예상치못한 남주(혁)에게 씨게 폴인럽하여 전에 해본적없던 배우덕질을 하게 되었다. 덕통사고라는 게 이런 것이구나 이때 알게되었다. 한동안 나름 깊게 팠다. 간만의 입덕후기는 나중에...
이 드라마를 보기 전까지 나에게 있어 남주혁은 그다지 존재감있는 배우가 아니었다. 하지만 남주혁의 준하 캐릭터는 그 누구라도 사랑할 수 밖에 없을 거다. 일단은 다 필요없고 저 존잘 눈빛에 반한다. (캡쳐만 봐도 그때의 감동이 다시 밀려온다.) 목소리 오지고 얼굴은 앳되고 풋풋하면서도 동시에 그 나이에 가지기 힘든 진지하고 담담한 매력이 마치 옛날 드라마 <아일랜드> 당시 청초 그 자체였던 현빈 보는 신기한 느낌과 흡사하다. 그 시절에도 나는 현빈이 아니라 극중 캐릭터 강국을 절절하게 사랑했다. 남주혁은 아름답게 생겼다. (이때 절정으로.) 취향타는 얼굴도 연기도 아니다. 그냥 누구나 사랑할만하다.
어쨌든 남주 하나만 보고 드라마 한편 뚝딱 정주행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눈이 부시게>의 준하를 보며 '아니 세상에 이렇게 잘생겼다고?' '연기를 이렇게 잘했다고??' '쉬벌 준하야 울지마 우리준하ㅜㅜㅜㅜ' ...웃는 준하 우는 준하 잘생긴 준하 망가진 준하 등... 기구한 팔자를 살아내는 온갖 준하를 보며... 당신은 별 수 없이 끓어오르는 보호본능과 덕심을 주체하지 못하고 내적 호들갑 떨게 될 것이다. 남주혁 캐스팅 누가 하자고 했는지 참 잘했어요. 대배우들과의 호흡에서도 꿀리지 않고 내내 연기합이 조화롭다.
남주의 극중 환경이 너무나 불우하고 불쌍한데 남주혁은 마냥 밝은 역할보다 이런 게 훨씬 잘 어울린다. 귀공자 이미지도 아예 없진 않은데 이런 짠내나고 불쌍하고 불행한 모습이 더 오묘하게 매력있다. 그리고 아마 남주혁 연기인생에서 다신 없을 최고의 캐릭터, 최고의 연기는 이때 다 보여준 것 같다. 후...그래 나는 남주혁이 아니라 준하를 미치게 좋아했나봐.
애초에 이 작품은 김혜자씨를 위한 헌정 드라마라고 한다. 젊은이의 시선으로 보는 노인들, 노인의 시선으로 보는 젊은이들, 각자의 관점과 애환을 모두 두 혜자(김혜자+한지민)가 동시에 보여준다. 혹여나 몰입이 깨질까 걱정할 필요가 없다. 두 혜자가 놀라울 정도로 한 사람처럼 느껴지니까.
김혜자씨는 그 나이에 관리며 연기력이며 진실로 존경스럽다. 갓혜자 닉값ㅇㅈ. 명품연기는 이런것이다 하고 온몸으로 보여주는 배우. 20대 청춘의 총명함과 미숙함을 실감나게 연기한다. 눈이 어떻게 그렇게도 반짝이는지, 주름조차도 그저 아름다운지 참 신기해.
생각해보면 기억에 남는 명장면들은 모두 갓혜자가 등장한다. 드라마를 다보고나서 한참이 지난 후에도 생각난다. 안내상이 김혜자를 바라보던 그 눈빛이. 너무 슬프다ㅠㅠㅠ슈ㅣ발 남주혁과의 케미도 무리없이 소화 가능하다. 자연스럽게, 곱게 늙은 할매는 이토록 아름다울 수 있다는 걸 알았다. 한지민을 연기할때는 정말 언뜻언뜻 한지민이 보일 정도로 진짜 총기 어린 스무살 느낌이다. 반면 병상에 누워 본인이 알츠하이머 환자라고 고백하는 장면에선 허공을 응시하는 두눈이 여지없이 죽어가는 80대 노인의 눈빛이다. 눈빛 하나로 모든 것을 표현한다. 존경스럽다. 연기가 아닌 진심이 담긴 삶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 하다.
젊은 혜자로 돌아가 결국 꿈인걸 깨닫고 혜자가 엉엉 울면서 잠에서 깰 때는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실제 가슴이 너무 저렸다. 그래서 이 작품에서 굳이 따지자면 조연급이지만 손호준의 '영수' 캐릭터가 전체적인 무게중심을 위해 매우, 매우 중요하다. 혜자와 영수가 티격태격 꾸준히 웃겨주니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웃으며 볼 순 없었을 것 같다. 진짜 영수 없었으면 이 아픈 드라마를 어떻게 봤을까... 다 연출가의 촘촘한 계산이겠지. 코믹하면서도 눈물겹고 공감가는 이야기를 만들기 위한.
나이듦에 대하여 이토록 웃기면서도 눈물나게 생각하게 해 준 드라마가 있을까.
나에게 가장 눈이 부신 젊음의 시간이 언제쯤일까.
(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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